자본없는 자본주의
조너선 해스컬 / 스티언 웨스틀레이크 지음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 384쪽│1만9500원
[ 최종석 기자 ]
1960년대 중반 영국 록밴드 비틀스는 문화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힘도 최전성기였다. 그들의 음반과 공연티켓으로 벌어들인 달러가 영국을 통화위기에서 일시적으로 구했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비틀스가 성공을 거두자 가장 혜택을 본 곳 중 하나는 그들의 음반사인 EMI였다. 1967년이 되자 EMI 수익의 30%가 비틀스에서 나왔다.
EMI는 전문 음반사가 아니라 컴퓨터, TV, 카메라, 커피포트를 제조하는 전자제품회사이기도 했다. EMI는 비틀스로 번 돈을 신사업인 의료영상분야에 투자했다. EMI는 최초의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캐너를 발명하고 발전시켜 뇌수술부터 암 치료에 이르는 의료 전 분야를 획기적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는 EMI로부터 일부 기술 사용권을 얻어 발 빠르게 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장악했다. 경쟁에서 밀린 EMI는 1976년 CT 스캐너 사업에서 손을 뗐다.
EMI의 성공과 실패에는 음악과 기술 사용권이라는 무형자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형자산이란 물리적 존재 형태가 없는 자산으로 기계 건물 현금 등과 같이 형태가 있는 유형자산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영업권과 같은 사실상의 권리와 특허권, 상표권 등의 법률상 권리도 포함된다. 더 나아가 지식, 아이디어, 사회적 관계 등 보이지 않지만 투자가 필요한 것들을 포괄한다.
정보기술(IT)산업의 급성장은 무형자산의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무형자산 투자 규모가 유형자산 투자를 넘어섰다.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장가치가 2500억달러였지만 장부상 자산평가액은 700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600억달러는 현금과 금융상품이었고 전통적 자산인 공장과 설비는 30억달러였다. 유형자산은 총자산의 4%, 기업가치의 1%에 불과했다.
조너선 해스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무형 투자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그는 무형 투자의 확대를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쟁점인 혁신과 성장, 불평등, 금융, 정부개혁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무형 투자의 독특한 성격을 4S, 즉 매몰성(sunkenness), 스필오버(spillover), 확장성(scalability), 시너지(synergies)로 요약한다. 매몰성이란 연구개발(R&D)과 지식 같은 무형 투자는 회수가 불가능하고 되팔 수도 없다는 것이다. 스필오버는 다른 기업들이 직접 하지도 않는 무형 투자에 편승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을 뜻한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세련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만들고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하자 삼성전자, 구글, HTC 등 경쟁사들도 비슷한 전략으로 애플을 맹추격했다. 무형자산은 또한 일반적으로 동시에 여러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쓸 수 있도록 확장 가능하고, 여러 무형자산이 어울려 시너지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과 불평등이 무형자산 투자의 확산에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무형자산의 확장성과 시너지는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더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상위권 회사와 하위권 회사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선진국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은 치솟지만 그외 노동자의 소득은 정체상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무형 자산의 투자 속도가 느려지면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육, IT, 도시계획 등 무형 투자를 활성화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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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해스컬 / 스티언 웨스틀레이크 지음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 384쪽│1만9500원
[ 최종석 기자 ]
1960년대 중반 영국 록밴드 비틀스는 문화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힘도 최전성기였다. 그들의 음반과 공연티켓으로 벌어들인 달러가 영국을 통화위기에서 일시적으로 구했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비틀스가 성공을 거두자 가장 혜택을 본 곳 중 하나는 그들의 음반사인 EMI였다. 1967년이 되자 EMI 수익의 30%가 비틀스에서 나왔다.EMI는 전문 음반사가 아니라 컴퓨터, TV, 카메라, 커피포트를 제조하는 전자제품회사이기도 했다. EMI는 비틀스로 번 돈을 신사업인 의료영상분야에 투자했다. EMI는 최초의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캐너를 발명하고 발전시켜 뇌수술부터 암 치료에 이르는 의료 전 분야를 획기적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는 EMI로부터 일부 기술 사용권을 얻어 발 빠르게 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장악했다. 경쟁에서 밀린 EMI는 1976년 CT 스캐너 사업에서 손을 뗐다.
EMI의 성공과 실패에는 음악과 기술 사용권이라는 무형자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형자산이란 물리적 존재 형태가 없는 자산으로 기계 건물 현금 등과 같이 형태가 있는 유형자산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영업권과 같은 사실상의 권리와 특허권, 상표권 등의 법률상 권리도 포함된다. 더 나아가 지식, 아이디어, 사회적 관계 등 보이지 않지만 투자가 필요한 것들을 포괄한다.
정보기술(IT)산업의 급성장은 무형자산의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무형자산 투자 규모가 유형자산 투자를 넘어섰다.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장가치가 2500억달러였지만 장부상 자산평가액은 700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600억달러는 현금과 금융상품이었고 전통적 자산인 공장과 설비는 30억달러였다. 유형자산은 총자산의 4%, 기업가치의 1%에 불과했다.
조너선 해스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무형 투자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그는 무형 투자의 확대를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쟁점인 혁신과 성장, 불평등, 금융, 정부개혁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무형 투자의 독특한 성격을 4S, 즉 매몰성(sunkenness), 스필오버(spillover), 확장성(scalability), 시너지(synergies)로 요약한다. 매몰성이란 연구개발(R&D)과 지식 같은 무형 투자는 회수가 불가능하고 되팔 수도 없다는 것이다. 스필오버는 다른 기업들이 직접 하지도 않는 무형 투자에 편승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을 뜻한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세련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만들고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하자 삼성전자, 구글, HTC 등 경쟁사들도 비슷한 전략으로 애플을 맹추격했다. 무형자산은 또한 일반적으로 동시에 여러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쓸 수 있도록 확장 가능하고, 여러 무형자산이 어울려 시너지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과 불평등이 무형자산 투자의 확산에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무형자산의 확장성과 시너지는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더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상위권 회사와 하위권 회사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선진국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은 치솟지만 그외 노동자의 소득은 정체상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무형 자산의 투자 속도가 느려지면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육, IT, 도시계획 등 무형 투자를 활성화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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